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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박스 공포’에 갇힌 영광…군민 분노 폭발

기사입력 2025.04.28 16:15 | 조회수 12,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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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 수십 건’ 무차별 신고…공익 아닌 ‘벌금 수확’?
    일각 “법은 지켜야 하지만…생계로 삼는 건 ‘민폐’ 영역”
    수십만 원 과태료, 사소한 실수가 생계 위협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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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이미지는 기사내용과 무관함.

    영광군이 ‘블랙박스 감시’의 공포 도시로 변하고 있다.

    블랙박스로 교통법규 위반을 촬영해 신고하는 행위가 일부 택시기사를 중심으로 빈번해지면서, 지역사회가 감시와 불신 속에 빠지고 있다. 신고 대상이 된 주민들은 “택시를 보면 번호판부터 확인하게 된다”며 공포와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현행법상 블랙박스를 이용한 민간 신고는 허용돼 있으며, 일부 일반 운전자들도 이를 통해 위반 차량을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회사 소속 택시 또는 개인 차량에 장착된 블랙박스를 이용해 불법 주정차, 방향지시등 미사용, 신호 위반 등 비교적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 장면을 상시 촬영한 뒤, 이를 국민신문고와 경찰청 교통민원24를 통해 반복적으로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부 택시기사는 하루 수십 건에 달하는 신고를 이어가며, 단속을 생계 수단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공익 목적을 넘어선 ‘벌금 수확’ 행위라는 의혹이 제기되어 파장을 낳고 있다.

    이 같은 과도한 신고 행위는 잇따른 건당 수십만 원까지 달하는 과태료 부과로 이어지며, 주민과 운전자 간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영광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관련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한 주민은 “요즘은 길에서 택시만 봐도 번호판부터 메모하게 된다”며 “언제 내 실수가 찍혀서 신고될지 몰라 불안하다. 마치 일상이 감시당하는 기분”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민은 “스쿨존 근처에서 특정 택시들이 매일 대기하며 신고 영상을 찍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지역 전체가 블랙박스 공포에 휩싸인 듯하다”고 분개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일부 택시기사들이 자신들의 위반 행위에는 눈감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커뮤니티에는 이들의 행태를 지적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과속, 역주행, 미터기 조작, 심지어 운행 중 DMB 시청까지 일삼는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한 누리꾼은 “백수 어린이집 앞 스쿨존 30km/h 구간에서 어떤 택시가 카메라를 피하려고 역주행했고, 시속 100km로 질주하는 택시도 봤다”며 “타인은 신고하면서 자신은 법을 무시한다”고 비판했다. 다른 누리꾼은 “택시 미터기를 손님이 타기 전부터 작동시키는 건 기본”이라며 “오히려 택시기사들이 단속 대상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맞불 대응’까지 예고됐다.

    일부 주민은 “택시 위반 행위를 직접 촬영해 신고하겠다”고 밝히며, 감시자와 피감시자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문제 기사 소속 택시 회사를 불매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영광군도 이번 사안을 단순한 민원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시민의 신고권은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이지만, 특정 직군에 의한 반복적이고 과도한 신고는 지역 사회 내 불신과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관련 실태조사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영광경찰서 관계자는 “공익 신고는 법으로 보장된 권리이기 때문에 이를 제지할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반복적 신고 행위에 대해서는 “같은 차량이 동일한 장소, 동일한 방식으로 100건을 위반했다 하더라도, 영상 판독 결과 불합리하다고 판단되면 1건으로 통합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교통법규 준수는 기본이고, 공익 신고도 필요하지만, 그것이 사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공동체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공공교통을 책임지는 경우 더 높은 윤리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지역 인사 A씨는 “지금은 제도의 취지를 지키기 위한 사회적 기준과 가이드라인이 절실하다”며 “관련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과 함께, 윤리 교육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법조계 출신 관계자 B씨는 “신고는 시민의 정당한 권리지만, 그 권리가 타인의 일상을 위축시키고 공동체를 감시 사회로 몰아간다면, 그 순간부터는 더 이상 권리가 아닌 일종의 지배 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며 “지금 영광군은 바로 그 경계선 위에 서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논란 속에서도 교통법규 준수의 중요성은 간과돼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누구나 기본적인 법 준수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이를 빌미로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며 제도를 왜곡하는 행태는 문제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