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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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농협 석면 지붕, 안전보다는 ‘비용’이 우선인가영광군의 중심에 자리 잡은 농협 영농자재백화점 창고. 40년이 넘도록 해당 건물을 덮고 있는 지붕은 여전히 석면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석면이 학교와 주택가 옆에서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라는 데 있지 않다. 이미 2009년, 국내에서는 석면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농협 창고 지붕 위에는 여전히 석면이 그대로 남아 있다. 더구나 이곳은 농민과 주민이 수시로 드나드는 생활권의 중심부다. 길 건너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바로 옆에는 대형마트와 주유소, 주택가가 있다. 지역민의 호흡기 위에 얹혀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농협과 군청이 내놓는 대답은 늘 똑같다. 농협은 “이전 계획은 있으나 비용 문제와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말하고, 군청은 “제도상 지원 대상이 아니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어느 쪽도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문제는 해마다 미뤄지고 있다. 석면의 위험성은 교과서에 기록된 추상적인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대 40년에 달하는 긴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폐암과 중피종은, 일단 발현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많은 생활권 인접 건축물은 더욱 위험하다.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이런 건물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해온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무책임한 반복이다. 행정은 규정과 법령 뒤에 숨어 책임을 미루고, 농협은 비용과 절차의 벽을 핑계 삼는다. 주민의 안전은 양 기관 사이의 ‘사각지대’로 밀려난다. 문제를 알면서도 손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방조라 불러야 한다. 주민의 건강과 안전은 결코 비용과 맞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지붕 하나를 교체하는 일이 단순한 건축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지키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농협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제도의 미비를 탓하기 전에, 최소한의 안전 대책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시급한 과제다. 오늘도 아이들은 창고 곁 학교에서 숨을 고르고, 주민들은 마트와 주유소를 오가며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 위에는 여전히 발암물질이 드리운 채로 버티고 있다. 석면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위험을 품은 채 우리 곁을 맴돌 뿐이다. 지금 당장, 지역민의 안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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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 보상, ‘진짜 어민’을 가려내야 한다영광 연안 해상풍력 발전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어민 보상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본질적 쟁점은 단순한 보상 규모가 아니다. 협상 테이블에 앉아 있는 이들이 과연 ‘진짜 어민인가’라는 질문을 피해갈 수 없다. 지난 14일 영광군청 앞과 18일 서울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어민 단체들은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업”이라며 철회를 요구했다. 이어 19일 영광군이 마련한 간담회에서 18개 어민 단체 중 8개는 어선 1척당 3,000만 원의 보상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나머지 10개 단체는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며, 어민 내부 분열과 함께 협상의 대표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는 이해관계가 혼재된 세력이다. 일부 단체는 어업권을 내세워 협상에 참여하지만 실제 어업 활동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생계를 바다에 의존하지 않는 이들이 보상금 확보를 목적으로 나서면서 정작 매일 조업에 나서는 생계형 어민의 목소리는 묻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어민 전체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질적 피해자인 생계형 어민과는 괴리가 크다는 비판도 나온다. 반면 생계형 어민들의 피해는 분명하다. 맨손어업, 자망, 통발 등 소규모 연안 어업 종사자들은 해상풍력 구역 확대에 따라 조업이 제한되고 어업 환경 변화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피해 입증은 어렵고 제도적 장치도 부족해 협상 과정에서 목소리를 내기 힘든 실정이다. 반대로 일부 단체는 협상력을 무기로 보상액 증액에만 몰두하면서 갈등은 왜곡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보상 구조의 불투명성”이라고 진단한다. 실제 어업인과 명목상 어업인의 구분이 명확히 이뤄지지 않으면 보상금은 엉뚱한 곳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생계형 어민을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 없이 단체별 줄다리기에만 의존한다면, 갈등은 끝없이 반복될 것이라는 경고다. 더 큰 문제는 강경한 일부 단체가 결국 거액 보상 요구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협상이 본질을 벗어나 일부의 이익 챙기기로 흐른다면 군민 전체의 이익은 무너지고, 해상풍력 사업은 상생의 동력이 아니라 갈등의 불씨로만 남게 될 것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러한 갈등이 내년 지방선거의 정략적 도구로 악용될 조짐이다. 일부 세력은 해상풍력 문제를 정치적 공방의 무기로 삼으려 하고 있다. 군민의 미래를 위한 에너지 전환 과제를 표 계산에 이용하는 행태는 비겁할 뿐 아니라, 지역사회를 돌이킬 수 없는 분열로 몰아넣을 수 있다. 본질은 ‘보상 다툼’이 아니라 군민 모두가 함께 이익을 나누는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에 있다. 이러한 왜곡은 결국 군민 전체가 혜택을 공유하는 ‘기본소득형 에너지 환원 모델’마저 위협한다. 사업이 좌초되면 재생에너지로 얻을 수 있는 기본소득 재원은 사라지고, 군민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수익 환원은 없어지며 개별 보상만 남게 된다. 에너지 전환의 성과가 특정 집단의 잇속으로 축소되는 상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제 영광군은 어업 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한 명확한 보상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명목상 어업인이 아닌 실제 생계형 어민을 보호하는 장치가 우선돼야 한다. 동시에 보상 논의가 일부 단체의 이익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영광군이 나아가야 할 길은 ‘누가 더 큰 보상을 챙기느냐’가 아니라, ‘모든 군민이 함께 이익을 공유하는 제도’를 정착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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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상사화축제, 원칙은 지켜야제25회 영광 불갑산 상사화축제가 오는 9월 26일 부터 10월 5일까지 열린다. 불갑사 일원을 붉게 수놓는 상사화 군락은 매년 수십만 명의 발걸음을 불러 온다. 그러나 올해 축제를 바라보는 시선에는 기대와 함께 우려가 교차한다. 지난해 축제가 남긴 오명 때문이다. 24회 축제는 원칙을 저버린 채 조급하게 문을 열었 다. 개막일은 오랫동안 9 월 셋째 주 금요일로 굳어져 있었지만, 행정적 이유로 둘째 주로 앞당겨졌 다. 결과는 참담했다. 상사 화는 꽃망울조차 터뜨리지 않았고, 방문객은 35만 명에서 24만 명으로 곤두박 질쳤다. 물론 기후 변수는 늘 존재한다. 고온과 건조가 겹치면 개화 예측은 더 어려 워진다. 하지만 이는 책임을 회피할 구실이 될 수없다. 불가피한 변동에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다. 지난해 실패의 본질은 기후가 아니라 준비 없는 행정에 있었다. 입장료 정책 역시 신뢰를 흔들었다. 2022년 첫 유료화를 단행했을 때는 관람객 35만 명, 매표 수입 7억 원이라는 성과를 거뒀 다. 수입은 지역 상품권 으로 환원돼 지역 경제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지난해 무료 전환에도 불구하고 방문객은 오히려 줄었 다. 축제의 성패는 ‘제때핀 꽃을 보여줄 수 있었는 가’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드러낸 대목이다. 프로그램의 한계도 풀어야 한다. 꽃이 만개하지 않으면 볼거리 없는 축제로 전락하는 구조는 치명 적이다. 이제는 꽃에만 의존하는 틀을 넘어, 지역 문화와 예술, 특산물을 아우르는 콘텐츠로 확장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상사 화축제는 더 이상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 올해 축제는 개화 절정 기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 고, 전통문화 공연과 사진 공모전, 특산물 장터 등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개막 시점에 꽃이 만개해 상당 수가 져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만약 우려가 현실이 된다면, 비극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상사화축제는 영광의 자산이자 군민의 자존심이 다. 그러나 원칙 없는 운영과 변화 없는 기획이 계속된다면, 상사화축제의 오명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그럴싸한 구호가 아니라 실질적 변화와 원칙 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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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해상풍력, 지금이 골든타임이다이재명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해상풍력단지와 전용항만 조성, 영농형·수상·산단 태양광 확대, RE100 산업단지 구축, 햇빛·바람 기본소득,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민선 8기 들어 영광군이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에너지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풍부한 해안선과 일조량, 원전 인프라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영광이 국정 어젠다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것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과제가 곧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몫은 지자체와 주민, 기업에게 있다. 지금처럼 해상 풍력 보상 갈등이 이어진다면, 기회는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일부 과도한 보상 요구로 사업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군민 전체가 떠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해상풍력특별법’ 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 했다. 앞으로는 정부가 직접 입지를 지정하고, 경제성·환경성·주 민수용성을 함께 검증해 불확실 성을 줄인다. 공유수면 사용료를 수산발전기금으로 환원하는 장치도 포함됐다. 제도적 뒷받침이 갖춰진 만큼 더 이상 지체할 이유는 없다. 영광은 한빛원전 가동으로 40 년 가까이 국가 전력정책에 따른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왔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정의로운 보상을 받으며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RE100 산업단지, 수소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에너지 전략은 영광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이될 것이다. 지금 영광에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략이 국정과제에 반영된 지금이야말로 골든타임이다. 군과 정부는 속도를 내야 하고, 어민 들도 미래 세대를 위한 큰 그림을 바라보며 함께해야 한다. 영광이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지역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기회는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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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불갑산 호랑이, 고향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1908년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산. 어느 겨울날, 호랑이 한 마리가 사냥꾼이 설치한 함정에 빠졌다. 몸길이 160cm, 신장 95cm, 체중 약 180kg. 당시 10살 안팎의 암컷으로 추정되는 호랑이는 그 해 마지막 숨결을 불갑산 기슭에 남기고 인간에게 포획됐다. 이 호랑이는 다름 아닌,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로 기록된 불갑산 호랑이였다. 당시 포획자는 평범한 농부였다. 그는 포획한 호랑이를 일본인 부호 하라구찌에게 200만원에 팔았다. 1908년 당시 200만원은 논 50마지기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하라구찌는 이 호랑이를 일본으로 가져가 박제했고, 1909년 일본인 학생들이 다니던 목포 유달초등학교(구 심상소학교)에 기증했다. 현재, 그 박제 호랑이는 여전히 목포 유달초등학교 교내에 전시되어 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곳에서, 아무 말 없이 조선의 멸종을 증명하고 있다. 세월은 그를 흑백으로 바꿔놓았고, 한때 위풍당당했던 호랑이의 모습은 이제 백화현상으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목포 유달초에 전시된 불갑산 호랑이는 현재까지 국내에 보존된 유일한 ‘조선 호랑이(Amur tiger)’의 실물이다. 그 가치는 단순한 박제를 넘어, 한국의 야생과 자연, 역사와 멸종의 교차점에 놓인 살아있는 상징물이다. 일본 제국주의와 한반도의 근현대사가 교차하던 시점에서 이 호랑이는 마치 조선의 생명력마저 뺏긴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불갑산 호랑이는 영광의 자연에서 태어나, 영광의 품에서 사라진 존재다. 그럼에도 1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향 땅이 아닌 곳에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무관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실 영광군은 2015년도에 유달초에 공식적으로 박제 반환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유달초는 “호랑이는 학교의 상징이며, 역사의 일부”라는 이유와 “동문들의 반대”를 근거로 요청을 거절했다. 이제는 불갑산 호랑이를 고향으로 다시 데려와야 할 때다. 단순한 박제 회수가 아니라, 호랑이의 고향 불갑산에 기념관 또는 생태문화관을 조성하고, 박제 호랑이를 중심으로 조선 호랑이의 생태·역사적 가치를 조명해야 한다. 이는 영광군의 관광 자원화와 문화 정체성 회복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 ‘기억해야 할 자연과 역사’를 선물하는 일이다. 불갑산 호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멸종된 조선 호랑이의 마지막 기록,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 그리고 영광의 정체성이 이 박제 하나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묻는다. “왜 아직도 불갑산 호랑이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는가?” 117년 전, 산을 울리던 조선의 마지막 맹수는 이제 백색으로 변한 몸을 한 채 조용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영광군과 지역민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불갑산 호랑이가 마지막 숨을 쉰 그 고향 땅, 영광 불갑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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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광종합병원 응급실, 환자 배려 없는 무심한 태도가 남긴 상처가끔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더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최근 영광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진 작은 일 하나가 그 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노모를 모시고 응급실을 찾은 보호자가 신분증 확인 절차 과정에서 불필요한 불편과 불쾌감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환자 확인 절차’라는 행정적 이유로 치부하기엔, 그 순간 환자와 가족이 느낀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응급실 안내석 직원은 환자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투명 커튼을 살짝 올린 뒤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보호자가 “보여주기 불편하니 커튼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직원은 커튼을 올리다 말고 환자와 보호자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에 민원을 제기하자 직원은 신분증을 보여만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의 상황을 고려하기는커녕, 직원 개인의 편의만을 우선시하는 듯한 태도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불편과 불안감을 안겼다. 특히 생명이 위급할 수 있는 응급실에서의 이러한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료 현장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박한 공간이다. 그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 중심’의 태도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종종 행정적 절차와 직원의 습관적 무관심이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작은 행동 하나가 환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가족들의 절망감을 깊게 만든다. ‘규정’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 순간, 의료는 따뜻한 돌봄이 아닌 차가운 서비스로 전락한다. 영광과 같은 지역에서 병원은 단순한 치료 기관을 넘어 주민들의 안전망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주민들은 더 이상 가까운 병원을 찾지 않고, 결국 ‘의료 공백’이라는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작은 무례와 불친절이 지역 의료 신뢰를 갉아먹는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곧 지역 공동체 전체의 손실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한마디의 따뜻한 말, 눈을 마주하며 보여주는 최소한의 존중, 절차를 설명하는 친절한 태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기본이 지켜질 때, 지역 주민들의 신뢰는 다시 세워질 것이다. 작은 무관심이 남긴 그림자는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동시에 작은 배려가 만들어낼 빛도 결코 작지 않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작은 차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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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는 어디서 오는가 : 중동의 석유, 영광의 바람전통적으로 ‘부자 나라’의 조건은 천연자원의 보유였다. 석유를 품은 중동 국가들은 수십 년간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을 주도하며, 부유한 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땅속 자원만이 경제적 권력의 기준이 아니다. ‘태양’과 ‘바람’, 그리고 이를 공공자산으로 정의하는 사회적 합의가 새로운 부의 생산 방정식을 만들고 있다. 영광이 그 첫 실험을 시작했다. 영광군이 추진 중인 ‘에너지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은 자원 소유권에 대한 정의를 전환하는 시도다. 중동은 석유를 통해 국가 재정을 축적했다면, 영광은 햇빛과 바람을 통해 공동체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두 모델 모두 자원에서 출발하지만, 차이는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나누는가’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익 대부분을 국부펀드 형태로 집중해 해외 투자와 왕실 중심의 자본 축적에 사용했다. 국민에게 무상 의료, 교육, 주택 보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윤의 분배는 철저히 국가 중심이었다. 반면, 영광형 기본소득은 지역 주민이 자원 소유의 주체가 되며, 수익은 군민 모두에게 직접 분배되는 ‘분산형 부의 모델’을 추구한다. 더구나 에너지 패러다임이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향후 세계 경제에서 석유의 위상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인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지역은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영광은 장기적으로 기후경제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이는 사우디가 ‘비전 2030’ 정책을 통해 탈석유·재생에너지로 구조 전환을 모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유부’의 미래는 결국 집중과 분산 중 어느 쪽이 더 지속가능한가의 문제다. 영광군이 제도화한 기본소득은 자원의 소유와 수익의 사회적 재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부는 이제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심 가치가 되는 시대다. 더 나아가 이 구조는 부의 정의를 물질에서 공동체로 옮겨간다. 지역의 공동체 회복과 경제 자립, 청년 정착 기반 강화 등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부자 나라’란 무엇인가. 영광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은 ‘부를 나누는 법’이 미래 사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영광처럼 ‘함께 잘사는 지역’이 되는 방법이다. 지속 가능한 부의 조건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다. 이제 바람이 돈이 되는 시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영광에서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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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앞에서 정치가 할 일은 ‘言’이 아니다민심이 가장 예민해지는 순간은 재난이다. 삶의 질서가 무너지고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사람은 본능적으로 묻는다. “누가 나와 함께 있었는가.” 정치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언제나 유권자의 삶과 맞닿은 자리에서 결정된다. 특히 지역 정치는 일상과 가장 가까운 만큼, 그 민감도도 높다. 언행 하나, 시선 하나도 민심은 예리하게 읽어낸다. 그래서 말보다 묵묵한 동행, 이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최근 관내 수해 피해 상황 속에서 드러난 일부 정치 세력의 행보는, 이러한 기준에서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정당한 문제 제기라 해도 시기와 맥락을 고려하지 않으면 진정성은 쉽게 의심받는다. 한쪽에서는 장화를 신고 흙탕물을 퍼내며, 침수된 농가에서 토사를 치우는 이들이 있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같은 시각, 정치적 현안을 두고 기자회견을 여는 이들도 있었다. 정당한 비판과 감시는 필요하지만, 정치는 타이밍이다. 그 시의성과 방식은 종종 진정성의 바로미터로 작용한다. 물론 정치는 말하는 일이다. 그러나 그 타이밍이 주민의 고통 한가운데라면, 정치의 우선순위는 ‘言’이 아니라 행동이어야 한다. 성명보다 삽 하나, 기자회견보다 봉사 한 시간의 진정성이 민심을 얻는다. 의혹이 있다면, 살펴보고 대응하면 된다. 비판은 필요하지만, 그 시점이 정치의 얼굴을 결정짓는다. 현장 감각을 잃은 정치가 설 자리는 없다. 지금 시기에 정당이 보여줘야 할 진정성은 하나다. 말이 아닌 땀, 주장이 아닌 실천이다. 또 하나, 정치의 언어는 날카로울수록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 말은 ‘비판’이 아니라 ‘면피’로 전락한다. ‘말하는 일’조차 스스로의 치부 앞에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사람만이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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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경계선’ 지켜야 할때권력은 작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균열이 시작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권력의 현장이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벌어지는 작디작은 일조차 결코 가볍게 지나쳐선 안 된다. 지방의회의 본령은 민의를 대변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일이다. 다만 그 감시의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하면, 균형은 서서히 무너진다. 감시가 개입으로, 개입이 간섭으로 이어지는 순간, 정당한 견제는 균형을 잃는다. 정당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 문제 제기가 대상의 고유한 판단권까지 침범하려 할 때, ‘견제’는 결국 ‘위협’으로 읽히게 된다. 최근 지역사회를 둘러싼 일부 움직임을 보면, 지방의회의 역할과 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일은 ‘감시’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게 행정의 세부 영역을 건드리거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예산과 사업 절차에 있어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 관심이 선을 넘는 순간, 권한은 권력이 되고, 권력은 불신을 낳는다. 다수의 주민들은 의회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지방의회가 과연 군민의 삶을 위한 논의의 장인지, 아니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무대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곳곳에 감지된다. 소수의 행동이라 해도, 그것이 의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신뢰로 작동한다. 의회는 권한보다 책임을 앞세워야 하며, 영향력보다 균형감을 먼저 갖춰야 한다. 행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자치의 본질이 사라지고, 이름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다시 본질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감시와 견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공정한 행정을 실현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지방의회가 지켜야 할 것은 ‘감시의 정당성’보다, ‘행동의 절제’다. 그 절제의 감각, 그 ‘한 끗 차이’가 자치를 지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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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문화원, 품격을 되찾기 바란다오는 23일, 영광문화원에 새로운 원장이 취임한다. 단순한 자리 교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번 인사는 지역사회에 오랫동안 쌓여온 무관심과 불신의 벽을 허물고, 문화원이 본연의 위상과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지 가늠할 중대한 분기점이다. 1969년 설립된 영광문화원은 지역의 정체성을 보존하고, 문화예술 자산을 계승·발전시켜야 할 책무를 지닌 핵심 기관이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체감은 정반대였다. 문화원은 점점 주민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났고, 존재감은 희미해졌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영광문화원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는 단순한 냉소라기보다 현실에 대한 질책이며, 문화원 스스로 자초한 자화상에 가깝다. 문화원이 본연의 소임을 다하지 못하는 동안, 지역 문화 행정은 방치되거나 형식적으로 운영됐고, 문화예술인들의 활동 공간은 점점 좁아졌다. 특정 개인이나 소수 중심의 운영은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로 이어졌으며, 문화원은 군민 모두가 함께하는 열린 문화공간과는 점점 거리를 뒀다. 그 결과 이렇다 할 성과도 남기지 못했다. 지역 예술계와 주민들은 문화원과 단절됐고, 내부 운영은 외부와의 소통 대신 벽을 쌓는 데 익숙해졌다. 그 사이 문화원은 ‘있으나 마나 한 곳’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한다. 문제는 구조에 있다. 영광문화원은 매년 수억 원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이다. 그 예산은 단순한 운영비를 넘어 상근 인력의 인건비까지 포함하고 있지만, 주민들은 그에 상응하는 성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내부 채용 과정의 ‘인사 세습’ 의혹까지 제기되며, 문화원의 신뢰 기반이 크게 흔들린다. 특히 예산과 사업 전반에 특정 인사가 장기간 영향력을 행사해왔다는 의혹은 폐쇄적인 운영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에 새롭게 취임할 문화원장은 변화의 방향을 분명하게 제시해야 한다. 인사 채용은 투명하고 공정하게 운영돼야 하며, 외부 공모 확대와 이사진들 또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참여할 수 있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문화기획은 특정 인사 중심이 아닌, 지역 예술인과 전문가들이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한 예산의 집행 과정과 사업 성과는 누구나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되고, 이를 토대로 주민 의견이 반영되는 상시 피드백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 무엇보다 문화원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공간으로 기능하며, 지역 주민 모두의 문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이제 더는 말로만의 쇄신은 통하지 않는다. 신뢰는 책임에서 비롯되며, 품격은 그 위에서 비로소 자라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영광문화원이 진정한 지역문화의 중심으로 다시 서기 위해, 지금 이 순간이 그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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