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뉴스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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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농협 석면 지붕, 안전보다는 ‘비용’이 우선인가영광군의 중심에 자리 잡은 농협 영농자재백화점 창고. 40년이 넘도록 해당 건물을 덮고 있는 지붕은 여전히 석면이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석면이 학교와 주택가 옆에서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문제의 본질은 단순히 “오래된 건물”이라는 데 있지 않다. 이미 2009년, 국내에서는 석면의 생산과 사용이 전면 금지되었다. 농협 창고 지붕 위에는 여전히 석면이 그대로 남아 있다. 더구나 이곳은 농민과 주민이 수시로 드나드는 생활권의 중심부다. 길 건너에는 초등학교가 있고, 바로 옆에는 대형마트와 주유소, 주택가가 있다. 지역민의 호흡기 위에 얹혀 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두고 농협과 군청이 내놓는 대답은 늘 똑같다. 농협은 “이전 계획은 있으나 비용 문제와 부지 확보가 어렵다”고 말하고, 군청은 “제도상 지원 대상이 아니라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만 반복한다. 어느 쪽도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문제는 해마다 미뤄지고 있다. 석면의 위험성은 교과서에 기록된 추상적인 설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최대 40년에 달하는 긴 잠복기를 거쳐 나타나는 폐암과 중피종은, 일단 발현되면 치료가 거의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와 노약자가 많은 생활권 인접 건축물은 더욱 위험하다. 전문가들이 수년 전부터 “이런 건물은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해온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현실은 무책임한 반복이다. 행정은 규정과 법령 뒤에 숨어 책임을 미루고, 농협은 비용과 절차의 벽을 핑계 삼는다. 주민의 안전은 양 기관 사이의 ‘사각지대’로 밀려난다. 문제를 알면서도 손을 쓰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는 방조라 불러야 한다. 주민의 건강과 안전은 결코 비용과 맞바꿀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지붕 하나를 교체하는 일이 단순한 건축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의 안전망을 지키는 일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더 늦기 전에 농협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질적인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제도의 미비를 탓하기 전에, 최소한의 안전 대책이라도 마련하는 것이 지금 이 순간 가장 시급한 과제다. 오늘도 아이들은 창고 곁 학교에서 숨을 고르고, 주민들은 마트와 주유소를 오가며 일상을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머리 위에는 여전히 발암물질이 드리운 채로 버티고 있다. 석면은 시간이 해결해주는 문제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위험을 품은 채 우리 곁을 맴돌 뿐이다. 지금 당장, 지역민의 안전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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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광 해상풍력, 지금이 골든타임이다이재명 새 정부 국정과제에는 해상풍력단지와 전용항만 조성, 영농형·수상·산단 태양광 확대, RE100 산업단지 구축, 햇빛·바람 기본소득, 에너지 자립마을 조성 등이 대거 포함됐다. 이는 민선 8기 들어 영광군이 전략적으로 추진해 온 에너지 정책과 맥을 같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풍부한 해안선과 일조량, 원전 인프라 등 최적의 조건을 갖춘 영광이 국정 어젠다의 최대 수혜지로 꼽히는 것은 부인할 수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국정과제가 곧 기회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이를 현실로 만드는 몫은 지자체와 주민, 기업에게 있다. 지금처럼 해상 풍력 보상 갈등이 이어진다면, 기회는 순식간에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다. 일부 과도한 보상 요구로 사업이 지연된다면, 그 피해는 결국 군민 전체가 떠안게 될 것이다. 정부는 최근 ‘해상풍력특별법’ 을 제정해 제도적 기반을 마련 했다. 앞으로는 정부가 직접 입지를 지정하고, 경제성·환경성·주 민수용성을 함께 검증해 불확실 성을 줄인다. 공유수면 사용료를 수산발전기금으로 환원하는 장치도 포함됐다. 제도적 뒷받침이 갖춰진 만큼 더 이상 지체할 이유는 없다. 영광은 한빛원전 가동으로 40 년 가까이 국가 전력정책에 따른 특별한 희생을 감내해 왔다. 이제는 그에 걸맞은 정의로운 보상을 받으며 새로운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 해상풍력과 태양광, RE100 산업단지, 수소 클러스터로 이어지는 에너지 전략은 영광 경제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이될 것이다. 지금 영광에 필요한 것은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다. 신재생에너지 전략이 국정과제에 반영된 지금이야말로 골든타임이다. 군과 정부는 속도를 내야 하고, 어민 들도 미래 세대를 위한 큰 그림을 바라보며 함께해야 한다. 영광이 머뭇거리는 사이 다른 지역은 이미 앞서가고 있다. 기회는 영원히 기다려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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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마지막 호랑이’ 불갑산 호랑이, 고향으로 돌아와야 할 시간1908년 전남 영광군 불갑면 불갑산. 어느 겨울날, 호랑이 한 마리가 사냥꾼이 설치한 함정에 빠졌다. 몸길이 160cm, 신장 95cm, 체중 약 180kg. 당시 10살 안팎의 암컷으로 추정되는 호랑이는 그 해 마지막 숨결을 불갑산 기슭에 남기고 인간에게 포획됐다. 이 호랑이는 다름 아닌,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로 기록된 불갑산 호랑이였다. 당시 포획자는 평범한 농부였다. 그는 포획한 호랑이를 일본인 부호 하라구찌에게 200만원에 팔았다. 1908년 당시 200만원은 논 50마지기를 살 수 있는 거금이었다. 하라구찌는 이 호랑이를 일본으로 가져가 박제했고, 1909년 일본인 학생들이 다니던 목포 유달초등학교(구 심상소학교)에 기증했다. 현재, 그 박제 호랑이는 여전히 목포 유달초등학교 교내에 전시되어 있다.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곳에서, 아무 말 없이 조선의 멸종을 증명하고 있다. 세월은 그를 흑백으로 바꿔놓았고, 한때 위풍당당했던 호랑이의 모습은 이제 백화현상으로 빛을 잃어가고 있다. 목포 유달초에 전시된 불갑산 호랑이는 현재까지 국내에 보존된 유일한 ‘조선 호랑이(Amur tiger)’의 실물이다. 그 가치는 단순한 박제를 넘어, 한국의 야생과 자연, 역사와 멸종의 교차점에 놓인 살아있는 상징물이다. 일본 제국주의와 한반도의 근현대사가 교차하던 시점에서 이 호랑이는 마치 조선의 생명력마저 뺏긴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불갑산 호랑이는 영광의 자연에서 태어나, 영광의 품에서 사라진 존재다. 그럼에도 117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향 땅이 아닌 곳에 전시되어 있다는 사실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유산에 대한 무관심을 되돌아보게 한다. 사실 영광군은 2015년도에 유달초에 공식적으로 박제 반환을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유달초는 “호랑이는 학교의 상징이며, 역사의 일부”라는 이유와 “동문들의 반대”를 근거로 요청을 거절했다. 이제는 불갑산 호랑이를 고향으로 다시 데려와야 할 때다. 단순한 박제 회수가 아니라, 호랑이의 고향 불갑산에 기념관 또는 생태문화관을 조성하고, 박제 호랑이를 중심으로 조선 호랑이의 생태·역사적 가치를 조명해야 한다. 이는 영광군의 관광 자원화와 문화 정체성 회복은 물론, 미래 세대에게 ‘기억해야 할 자연과 역사’를 선물하는 일이다. 불갑산 호랑이는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멸종된 조선 호랑이의 마지막 기록, 식민지 시절의 아픈 역사, 그리고 영광의 정체성이 이 박제 하나에 모두 응축되어 있다. 우리는 이제 묻는다. “왜 아직도 불갑산 호랑이는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는가?” 117년 전, 산을 울리던 조선의 마지막 맹수는 이제 백색으로 변한 몸을 한 채 조용히 그날을 기다리고 있다. 영광군과 지역민들, 그리고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불갑산 호랑이가 마지막 숨을 쉰 그 고향 땅, 영광 불갑산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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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영광종합병원 응급실, 환자 배려 없는 무심한 태도가 남긴 상처가끔은 사건 자체보다 그 사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더 무겁게 다가올 때가 있다. 최근 영광종합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진 작은 일 하나가 그 예다. 가슴 통증을 호소하는 노모를 모시고 응급실을 찾은 보호자가 신분증 확인 절차 과정에서 불필요한 불편과 불쾌감을 겪었다는 이야기다. 단순히 ‘환자 확인 절차’라는 행정적 이유로 치부하기엔, 그 순간 환자와 가족이 느낀 상처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응급실 안내석 직원은 환자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며 투명 커튼을 살짝 올린 뒤 “신분증을 보여 달라”고 했다. 보호자가 “보여주기 불편하니 커튼을 올려 달라”고 요청했으나, 직원은 커튼을 올리다 말고 환자와 보호자를 빤히 바라볼 뿐이었다. 이에 민원을 제기하자 직원은 신분증을 보여만 주시면 된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의 상황을 고려하기는커녕, 직원 개인의 편의만을 우선시하는 듯한 태도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불편과 불안감을 안겼다. 특히 생명이 위급할 수 있는 응급실에서의 이러한 태도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의료 현장은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긴박한 공간이다. 그래서 그 어떤 상황에서도 ‘사람 중심’의 태도가 최우선이어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종종 행정적 절차와 직원의 습관적 무관심이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멍들게 한다. 작은 행동 하나가 환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가족들의 절망감을 깊게 만든다. ‘규정’이라는 방패 뒤에 숨는 순간, 의료는 따뜻한 돌봄이 아닌 차가운 서비스로 전락한다. 영광과 같은 지역에서 병원은 단순한 치료 기관을 넘어 주민들의 안전망이다. 신뢰가 무너지면 주민들은 더 이상 가까운 병원을 찾지 않고, 결국 ‘의료 공백’이라는 또 다른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 작은 무례와 불친절이 지역 의료 신뢰를 갉아먹는다면, 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곧 지역 공동체 전체의 손실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다. “괜찮으십니까?”, “걱정하지 마세요.”라는 한마디의 따뜻한 말, 눈을 마주하며 보여주는 최소한의 존중, 절차를 설명하는 친절한 태도. 그것이면 충분하다. 의료 현장에서 이러한 기본이 지켜질 때, 지역 주민들의 신뢰는 다시 세워질 것이다. 작은 무관심이 남긴 그림자는 생각보다 크다. 그러나 동시에 작은 배려가 만들어낼 빛도 결코 작지 않다. 우리 사회는 지금, 그 작은 차이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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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는 어디서 오는가 : 중동의 석유, 영광의 바람전통적으로 ‘부자 나라’의 조건은 천연자원의 보유였다. 석유를 품은 중동 국가들은 수십 년간 전 세계 자본의 흐름을 주도하며, 부유한 국가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현재는 땅속 자원만이 경제적 권력의 기준이 아니다. ‘태양’과 ‘바람’, 그리고 이를 공공자산으로 정의하는 사회적 합의가 새로운 부의 생산 방정식을 만들고 있다. 영광이 그 첫 실험을 시작했다. 영광군이 추진 중인 ‘에너지 공유부 기반 기본소득’은 자원 소유권에 대한 정의를 전환하는 시도다. 중동은 석유를 통해 국가 재정을 축적했다면, 영광은 햇빛과 바람을 통해 공동체의 수익을 창출하고자 한다. 두 모델 모두 자원에서 출발하지만, 차이는 ‘누가 소유하고, 어떻게 나누는가’에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 수익 대부분을 국부펀드 형태로 집중해 해외 투자와 왕실 중심의 자본 축적에 사용했다. 국민에게 무상 의료, 교육, 주택 보조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긴 했지만, 이윤의 분배는 철저히 국가 중심이었다. 반면, 영광형 기본소득은 지역 주민이 자원 소유의 주체가 되며, 수익은 군민 모두에게 직접 분배되는 ‘분산형 부의 모델’을 추구한다. 더구나 에너지 패러다임이 ‘재생에너지’로 전환되면서, 향후 세계 경제에서 석유의 위상은 점차 약화될 수밖에 없다. 반면, 기후위기 대응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인 재생에너지 자원을 보유한 지역은 오히려 새로운 경쟁력을 갖게 된다. 태양광·풍력 자원이 풍부한 영광은 장기적으로 기후경제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다. 이는 사우디가 ‘비전 2030’ 정책을 통해 탈석유·재생에너지로 구조 전환을 모색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유부’의 미래는 결국 집중과 분산 중 어느 쪽이 더 지속가능한가의 문제다. 영광군이 제도화한 기본소득은 자원의 소유와 수익의 사회적 재구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부는 이제 ‘어떻게 나누느냐’가 중심 가치가 되는 시대다. 더 나아가 이 구조는 부의 정의를 물질에서 공동체로 옮겨간다. 지역의 공동체 회복과 경제 자립, 청년 정착 기반 강화 등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부자 나라’란 무엇인가. 영광이 보여주는 새로운 모델은 ‘부를 나누는 법’이 미래 사회의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대한민국이 주목해야 할 것은, 영광처럼 ‘함께 잘사는 지역’이 되는 방법이다. 지속 가능한 부의 조건은 소유가 아니라 공유다. 이제 바람이 돈이 되는 시대다. 그리고 그 바람은 영광에서 불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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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 ‘경계선’ 지켜야 할때권력은 작고 가까운 곳에서부터 균열이 시작된다. 지방의회는 주민의 삶과 가장 밀접하게 닿아 있는 권력의 현장이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벌어지는 작디작은 일조차 결코 가볍게 지나쳐선 안 된다. 지방의회의 본령은 민의를 대변하고 행정을 감시하는 일이다. 다만 그 감시의 초점이 흐려지기 시작하면, 균형은 서서히 무너진다. 감시가 개입으로, 개입이 간섭으로 이어지는 순간, 정당한 견제는 균형을 잃는다. 정당한 문제 제기는 필요하지만, 때로는 그 문제 제기가 대상의 고유한 판단권까지 침범하려 할 때, ‘견제’는 결국 ‘위협’으로 읽히게 된다. 최근 지역사회를 둘러싼 일부 움직임을 보면, 지방의회의 역할과 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어떤 일은 ‘감시’라는 이름 아래 지나치게 행정의 세부 영역을 건드리거나,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예산과 사업 절차에 있어 지나친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그 관심이 선을 넘는 순간, 권한은 권력이 되고, 권력은 불신을 낳는다. 다수의 주민들은 의회의 존재 이유를 묻고 있다. 지방의회가 과연 군민의 삶을 위한 논의의 장인지, 아니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무대로 변질된 것은 아닌지, 조용하지만 날카로운 시선이 곳곳에 감지된다. 소수의 행동이라 해도, 그것이 의회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대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지방자치는 신뢰로 작동한다. 의회는 권한보다 책임을 앞세워야 하며, 영향력보다 균형감을 먼저 갖춰야 한다. 행정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존중받지 못하는 환경에서는 자치의 본질이 사라지고, 이름뿐인 제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다시 본질을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감시와 견제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그것은 공정한 행정을 실현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수단이다. 지방의회가 지켜야 할 것은 ‘감시의 정당성’보다, ‘행동의 절제’다. 그 절제의 감각, 그 ‘한 끗 차이’가 자치를 지키고,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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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계절근로자? 처음 들어봐요” 영광군 농민은 모르고, 행정만 아는 제도매년 농번기철 고추밭과 파밭이 익어갈 무렵이면, 전남 영광군의 농민들은 ‘수확의 기쁨’보다 ‘사람 걱정’부터 앞선다. 돈을 줘도 일할 사람이 없고, 자식들은 도시로 떠났으며, 이웃 어르신들조차 더는 몸을 움직이기 어렵다. 그래서 불법체류자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법은 무섭고 행정은 멀다. 그런 와중에 ‘계절근로자 제도’라는 말이 나온다. 외국인 합법 인력을 일정 기간 농촌에 배치하는 제도다. 그런데 정작 그 제도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농민이 태반이다. 이것이 지금 영광 농촌의 현실이다. 제도는 있다. 규정도 있다. 예산도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에게 도달하지 못한 제도는 그저 종이일 뿐이다. 농민이 필요한 것은 ‘서류상 존재하는 지원’이 아니라, 실제로 낯선 밭에 발을 디딜 수 있는 ‘사람’이다. 영광군 농정팀도 “홍보가 부족했다”고 시인했다. 읍·면사무소에 공문을 내리고 끝낸 것이 전부였다는 것이다. 공문이 제도 확산의 끝이라면, 진짜 일하는 주체인 농민은 언제 그 내용을 접할 수 있단 말인가. 주말마다 시장을 들르고, 새벽부터 밭에 나가는 노령의 농민들이 컴퓨터나 전단지를 통해 정보를 얻는다는 건 애초부터 불가능한 가정이다. 옆 동네 전북 고창군은 달랐다. 농협과 외국 지방정부가 직접 MOU를 맺고, 2,800명에 이르는 외국인 인력을 들여왔다. 심지어 숙소 리모델링에 예산을 쏟고, 공공형 근로센터를 운영해 ‘현장 밀착형 행정’을 실현했다. “농가가 힘들어하니 우리가 앞장서겠다”는 철학이 있었다는 뜻이다. 반면, 영광은? 이주여성 친족 중심의 ‘소규모 실험’만 이어왔다. ‘공공형 계절근로’라는 말은 2025년이 되어서야 본격적으로 꺼내드는 중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농사는 계절을 기다리지 않고, 일손의 부족은 곧 수확의 포기와 연결된다. 올해 상반기에도 영광에는 299명의 계절근로자가 신청되었지만, 이는 전체 수요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홍보 부족, 인식 부족, 시스템 부족. 부족한 것 투성이다. 이제는 군청이 단순히 제도를 '갖추었다'고 자평할 때가 아니다. 정보는 전달되어야만 의미가 있고, 제도는 쓰일 때에만 존재한다. 민원 창구에만 걸린 안내문으론 부족하다. 면사무소 단위 현장 설명회, 농협과의 협력 홍보, 마을 이장과의 연계 등 실질적인 전달망을 짜야 한다. 지금 농촌은, 사람이 줄고 있다. 농민이 떠나고, 청년은 돌아오지 않는다. 단순한 수치상 ‘인력 배치’가 아니라,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성에 관한 문제다. 영광군은 지금이라도 물어야 한다. “제도를 만들었다”는 관점에서 벗어나, “농민이 왜 쓰지 못했는가?”를 묻고, 그 답을 찾아야 한다. 탁상 위의 정책은 밭 한 귀퉁이에도 닿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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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8기 영광군, 마지막 1년은 ‘출발선’민선 8기 영광군정이 마지막 1년을 맞았다. 군민의 선택을 바탕으로 출범한 장세일 군수 체제는 ‘함께 만드는 영광, 같이 누리는 군민’을 기치로 출산율 제고, 에너지 산업 육성, 정주 환경 개선, 미래 교육 기반 구축 등 굵직한 정책들을 추진해왔다. 일부 가시적 성과가 있었지만, 여전히 미완의 과제가 적지 않다. 남은 1년은 공약 마무리와 현안 해법의 분수령이다. 해상풍력, 에너지 기본소득, 미래교육재단 등 상징적 정책들이 윤곽을 드러낸 지금, 진짜 시험대는 ‘지속 가능성’이다. 이제 영광군은 ‘마무리’보다 더 치열한 ‘출발’을 준비해야 한다. 영광군의 대표 정책은 단연 에너지 산업 기반 강화다. 풍력·태양광·원자력을 모두 갖춘 이 지역은 ‘에너지 기본소득’이라는 야심찬 공약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았다. 최근 해상풍력특별법을 포함한 이른바 에너지 3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제도적 기반도 마련됐다. 여기에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권이 부상하면서 정책 추진 동력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사무소 개소는 이러한 흐름을 국비 확보와 정책 연계의 전략 거점으로 삼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영광은 출산율 1위라는 상징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주 여건 개선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청년 유출과 고령화는 가속화되고, 주거·교육·보육 등 복합적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출산율 상승도 장기적 효과를 담보할 수 없다. 특히 청년층이 머무를 수 있는 일자리와 문화 인프라 조성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 출발은 ‘생활밀착형 복지’에서 시작돼야 한다. 오는 9월 ‘긴급·일시 돌봄터’가 문을 열고, 키즈카페·장난감도서관·공동육아나눔터도 재정비에 들어간다. 이는 단순한 공간 확충이 아니라 부모의 삶을 바꾸는 구조 개편이다.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시간, 함께 놀 수 있는 공간, 쉴 수 있는 여유가 바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의 실체다. 군정 신뢰를 높이기 위한 갈등 조정과 투명한 소통도 중요하다. 일부 사업을 둘러싸고 군의회와의 이견, 주민과의 마찰이 이어지며 군정 운영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런 상황일수록 행정은 중립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기반으로 명확히 대응해야 한다. 공정한 의사결정 시스템과 주민 참여 확대만이 행정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공약 이행의 질적 제고도 절실하다. 외형적 이행률보다 중요한 것은 군민이 실제로 체감하는 변화다. 각 분야 공약이 군민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정밀하게 분석하고, 미완 과제는 우선순위를 설정해 집중 이행해야 한다. 이제 영광군이 준비해야 할 것은 ‘다음 선거’가 아니라 ‘다음 세대’다. 보여 주기식 실적보다 체감되는 구조, 일회성 시설보다 순환 가능한 경제, 형식적 공약보다 주민 손에 닿는 행정이 진짜 1년의 과제다. 민선 8기의 마지막 해는 군정의 성패를 가르는 시험대이자, 다음 4년을 준비하는 기회의 시간이다. 이 시간을 헛되이 흘려보낼 수는 없다. 마지막은 항상 새로운 시작의 문턱이다. 민선 8기의 마지막 1년이 ‘정치의 시간’이 아니라 ‘정책의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뿌린 씨앗을 꽃피우는 계절은 따로 오지 않는다. 지금이 바로 그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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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의 표, 일하는 일꾼에게 간다영광군의 들녘은 요즘 고요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너무 고요해서 문제다. 고추와 대파가 익어가도 수확할 사람이 없다. 그 고요함을 깨는 건,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발자국 소리다. 지금 영광군 농촌은 인력난이라는 현실 앞에서 합법도, 원칙도, 지속 가능성도 내려놓고 있다. 불법체류자에 의존한 농사. 누구나 문제라고 알지만, 누구도 대안을 만들지 않는 위험한 관행이 고착되고 있다. 법성면에서 고추를 재배하는 한 농민의 말은 이렇다. “불법체류자라도 쓰지 않으면 농사를 포기해야 해요. 선택이 없어요.” 이는 농업에만 국한된 일도, 한 개인의 문제도 아니다. 영광군 전역의 농가와 외식업, 숙박업, 제조업까지 일손이 없어 멈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 그 와중에도 지자체는 “결혼이민자 가족 몇 명 초청했다”는 변명으로 생색을 낸다. 하지만 현장은 안다. 그것이 땜질일 뿐임을. 고창군은 올해만 외국인 계절근로자 2,600명을 합법적으로 배치했다. 지자체가 직접 해외 인력을 선발하고, 비자 발급부터 기숙사, 생활 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다. 불법도, 사설 브로커도 없다. 그 결과는? “불법체류자 없이도 농촌이 돌아간다.” 고창군은 지금, 전국이 주목하는 인력 관리 선진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영광은 왜 못 할까? 가장 큰 이유는 지자체의 의지 부족이다. 예산 때문이 아니다. 법적 근거가 없어서도 아니다. 지자체가 직접 나서지 않고, “농가 자율”이라는 말 뒤에 숨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묻고 싶다. 영광군의 선출직 지도자들, 즉 군수와 군의원은 과연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가? 표가 필요한 선거철에만 밭머리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금처럼 고된 현실 속에서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제도를 움직이는 사람에게 농민의 표는 간다. 농민들은 더 이상 허공의 공약이 아니라, 실제로 일하는 정치인을 원한다. 만약 누군가가 고창군처럼 지자체 주도의 합법 근로자 시스템을 구축하고 행정의 책임과 예산을 농촌에 돌린다면, 그 한 표는 기꺼이 보답이 될 것이다. 농민들은 기다리고 있다. 누가 먼저 그들의 땀에 손을 내밀 것인가. 현장에선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농민은 지쳐가고, 외국인 노동자들은 불법의 그늘에서 위험하게 일한다. 이 상황을 방치하면, 결국 지역 전체가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로 전락하게 된다.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지자체가 직접 관리하고, 신뢰받는 공식 채널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농가도, 근로자도, 행정도 모두 보호받을 수 있다. 이것이 지금 영광 농촌의 자화상이다. “사람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로 스스로를 합리화할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킬 수 있는 제도”를 만드는 데 지역 사회와 정치가 나서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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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앞에 내건 대형 현수막, “영광의 깃발로 펄럭이길”영광군청 앞에 내걸린 ‘제21대 이재명 대통령 당선 축하’ 대형 현수막은 지역의 미래를 향한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풍경이다. 정치권의 정권 교체 국면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현수막이지만, 이번에는 영광군의 꿈과 군민의 바람이 깊게 스며들어 있음을 느끼게 한다. 이재명 대통령 당선의 축하 문구는 군민들의 희망을 드러내고, 지역의 새로운 변화를 주도하겠다는 영광군의 결의를 담고 있다. 장세일 영광군수의 입장문은 이러한 의미를 더욱 명확히 한다. 장 군수는 “이제는 희망을 품고 함께 나아갈 시간”이라며 “영광군민의 목소리가 새 정부 정책에 온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지역 현안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장세일 군수는 지난해 10월 재선거 시기에 이재명 당시 당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이 대표는 영광을 4차례나 찾아 직접 유세를 벌이며 지역 발전을 강조했고, 이는 곧 이재명 대통령 당선으로 이어졌다. 영광군은 새 정부의 출범과 함께 중앙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 발전의 기회를 다시 한번 맞이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전남 서남해안을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키우겠다는 계획과 함께, 정부 차원의 송배전망 인프라 확충을 통해 에너지 산업의 기반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국가적 비전은 영광군이 추진해 온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미래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영광군은 이를 기반으로 지역 경제를 살리고, 군민 소득을 늘리며, 인구 유입과 정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영광군은 이미 ‘영광형 기본소득’이라는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혁신적 정책을 준비해 왔다. 햇빛과 바람으로 얻는 발전 이익을 군민 모두에게 환원하는 이 정책은 경제적 지원을 넘어, 지역 자립과 지속 가능한 발전의 초석이 되고 있다. 새 정부의 재생에너지 중심 산업 정책과 영광군의 ‘영광형 기본소득’은 이제 하나의 방향으로 연결되고 있으며, 이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준비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기회가 열렸다고 해서 변화가 저절로 오는 것은 아니다. 영광군민이 피부로 느끼는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은 오로지 군과 정부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 이제 군은 더 낮은 자세로 군민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에 발을 딛고, 작지만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그 변화가 쌓여야만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과 함께 열렸다는 ‘기회의 문’이 진정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지역 발전의 새로운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깃발은 군민의 자존과 지역의 미래를 함께 세우는 기념비가 될 것이다. 이는 ‘함께 만들고, 함께 누려야 하는’ 영광군민 모두의 진정한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