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군공항의 함평으로의 이전절차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 16~17일 함평군은 그동안 민간 위주의 주민설명회에서 진일보하여 국방부, 광주광역시, 함평군 공동으로 ‘공식 설명회’를 2차례 개최했으며, 4월과 5월 적극적인 주민설득 과정을 통해 51% 이상의 주민 의견이 확인될 경우 ‘유치의향서’를 공식적으로 제출하겠다고 표명을 하였다.
최근 지역사회의 동향에 따르면 그동안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었던 ‘무안’은 몇 년에 걸쳐서 70% 이상의 반대 여론이 형성되어 있어서 비록 비용과 환경 면에서는 가장 좋은 곳이었을지 모르나 사실상 군공항 이전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이 되며, 그 틈새를 ‘함평’이 적극적으로 비집고 들어와서 현재로서 가장 유력한 이전 후보지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영광이다. 많은 그동안 무안으로 이전이 될 것으로 알고 있어서 군공항 이전의 피해와 아무 상관이 없는 곳으로 여겨졌던 영광군이 함평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으로 인해서 ‘군공항 청정지역’에서 하루 아침에 ‘최대의 피해지역’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이에 본지는 군과 의회와 시민단체, 군민들에게 이에 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의하였고, 그 내용을 지역민들에게 알리는 언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자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주제별로 기사를 구성해 보았다.
[함평 군공항 이전을 막을 방법은?] “법적으로 아무 방법이 없다” and “통제 권한도 없다”
안타까운 점은 지자체의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영광군은 아무런 법적인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함평은 엄연히 다른 지자체이다. 일부 반대 시위자들이 손불로의 이전을 반대한다고 하는데 상징적인 의미는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법적으로는 아무 효력이 없는 행위이다.
또한 군공항이 이전이 되고 나면 비행시간과 야간훈련 등에 대한 통제권한이 영광군에는 없게 된다. 현재 광주 군공항은 야간훈련과 기타의 중요한 변화가 있을 경우 사전에 협의하여 공개적으로 진행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함평으로 이전될 경우 전적으로 이러한 권리는 함평군이 갖게 된다. 영광군은 피해는 오롯이 보게 되면서 아무런 권한이 없는 ‘100% 피해지역’이 될 것이다.
[영광군의 현재 대책은 무엇인가?] “적극적 대비책은 아무것도 없다.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기만 할 뿐”
본지는 광주 군공항의 함평 이전에 대한 첩보를 입수하고, 그 대비책을 찾아보고자 그 동안 꾸준하게 이 문제에 대한 취재와 보도를 이어가고 있었다. 특히 함평의 공식화와 특별법 통과에 즈음하여 적극적으로 영광 내 리더들과 지역 내 인물들에 대한 의견을 듣는 일에도 집중하였는데 그 결과는 충격적이고 비극적이었다는 사실을 입술을 깨무는 심정으로 전달한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궂은 일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함평군은 군수까지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식화한 마당에 영광군은 군청과 의회 모두 이 문제에 대한 어떤 대안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책임행정’은 어디로 갔으며 ‘영광의 이익을 위한 의원’들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1. 군청
지난 2월의 주민설명회 당시 부군수는 설명회의 모든 순서를 다 지켜보고 말미에 군민들에게 인사를 하며 “군민의 의견을 따르겠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전달했다. 당시 설명회가 찬성과 반대를 묻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정보파악의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임에도, 군민들의 알권리를 위해서 최소한의 군청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군에 다시 문의하였을 때는 찬성과 반대의 민심이 군청으로 많이 전달되고 있다. 각 여론을 수렴하며 주목하고 바라보고 있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
하지만 지역의 중요한 문제에 여전히 중립적인 자세만을 유지한다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철학이 없는 군정이 어떻게 책임행정이 될 수 있단 말인가? 군청도 군수도 중립행정의 기조는 유지하되, 필요한 사안에 대한 적극적인 노력과 방향성 제시도 필요한 시점에서는 내어 놓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우린 단순한 행정 서비스를 위해서 군수를 뽑지 않았다. 찬성과 반대를 떠나서 투표로 선출이 되었으면 주민들 모두의 리더가 된 것이고, 중요한 시점에서는 비록 군민들의 의견이 갈리더라도 그 리더십을 발휘해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2. 의회
의회에 질의를 보내고 전화 인터뷰를 했을 때 돌아오는 대답은 “우린 반대한다”였다. 본지의 질문의 핵심은 이것이었다.
본지 : “함평에 군공항이 유치가 되면 영광이 피해를 입는 것이 명확하지 않습니까?”
00의원 :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한다”
본지 : “그렇다면 이에 대한 대책은 무엇입니까?”
00의원 : “대책은 없다. 그리고 난 개인적으로 영광군으로 유치하는 것은 반대한다”
본지 : “대안이 없는 반대는 책임 있는 모습은 아니라고 봅니다. 반대하신다면 어떤 대안이 있는지 알려주십시오”
00의원 : “의원들이 상의해서 결정을 했다. 우린 영광군으로 유치하는 것은 무조건 반대한다. 예민한 사항이다.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고 본다”
함평의 적극적 움직임이 가시화 되고 나서 다시 질의했을 때의 대답도 “입장표명을 보류한다”는 것이 전부였다.
본지는 22년 8월에 함평의 의원들이 지역 방송과 인터뷰한 내용을 확인하였다. 거기에는 6명의 찬성과 1명의 반대가 있었다. 지역소멸에 대한 대안으로 비록 부담스러운 주제이지만 군공항 이전을 다루었고 절대 다수의 찬성의견이 있었다. 당시에는 이 문제가 전혀 부각되지 않았을 때여서 그러한 의견을 표현한다는 자체가 정치적으로 압박감이 상당한 문제였을 텐데 기꺼이 궂은 일을 자처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영광군 의회는 전국적으로도 첨예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마저 최소한의 적극적인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흡사 함평군으로의 군공항 유치를 돕기 위해 영광군에 파견된 함평군 의원들은 아닌가 싶다. 근 두 달 동안의 접촉에서 책임있는 대답을 하며 적극적 대안을 제시하는 의원은 김00 의원 한 사람만 있었다.
[인재(人災)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다] “경보를 울릴 생각은 하지 않고,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상현상”
동일한 자연재해도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서 피해갈 수도 있고, 수 많은 사람들이 죽는 인재가 될 수도 있다. 두 가지 예를 들어보며 본지의 입장을 대신하고자 한다.
1. 고집스러운 촌장 / 그 덕에 목숨을 건진 마을 사람들
일본에 공포스런 쓰나미가 닥쳤을 때 한 어촌마을 촌장의 지혜와 고집이 지진해일(쓰나미)로부터 마을 주민 3000여 명의 목숨을 구한 일이 있다. 이와테(岩手)현에선 동일본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로 8000여 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했지만, 북부 후다이(普代) 마을에선 단 한 명의 사망자도 없었다. 쓰나미가 덮친 일본 동북 해안지역에서 사망자가 전혀 없는 마을은 이곳이 유일하다. 그 이유는 15M 높이로 방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10M면 충분하다는 지역민들의 여론에도 불구하고 촌장은 갖은 욕을 먹어가며 15M의 방벽을 고집하며 막대한 재정을 부어가며 완성을 하였다. 이후 오랜 시간 많은 비난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번 14M의 쓰나미가 마을에 왔을 때 사람들은 그 촌장의 고집이 본인들을 살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와무라 유키에 촌장이 높이 15m 이상을 고집한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메이지(明治) 시대에 15m 높이의 쓰나미가 밀려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이 지역은 1896년과 1933년 두 차례의 쓰나미로 439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래서 촌장은 “예산 낭비”라는 주변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높이 15m 이상의 방조제와 수문 건설을 관철했고 지역민들을 구해낼 수 있었던 것이다.
2. 튀르키예(터키) 지진 모두 무너져도 우리 마을은 멀쩡했다
이번 튀르키예 지진으로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였는데 그중에 남동부 하타이주의 한 소도시가 사상자를 단 한 명도 내지 않은 사실에 세계가 주목했다. 에르진에서는 지진에도 건물이 한 채도 무너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사상자도 0명으로 집계되었다. 진앙에서 상대적으로 가까운 거리임에도 피해가 없는 것이 궁금해서 취재해보니 엘마솔루 시장이 불법 건축을 철저하게 막았던 것이 그 원인이었다.
그는 “나는 어떤 식으로든 불법 건축을 허용하지 않았다”며 “그 어떤 형태의 불법 건축에도 눈감지 않았으며, 누군가 감시를 피해 불법 건축물을 짓다가 적발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 지도 규정해놨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 당선 이후 친척이 불법 건축에 따른 벌금을 받았는데, 도와주지 않아 면박을 당한 일화 있었다고 전했다.
3. 영광군의 인재를 막을 사람은 누구?
본지는 현재까지의 취재결과 현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영광은 이번 사태를 놓고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내용을 충분히 전달하지도 않았고, 찬성과 반대를 중간에서 조율하고자 하는 중재자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시계바늘을 빠르게 움직이고 있으며 곧 모든 행정절차가 마무리되고 영광은 고스란히 ‘피해지역’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함평은 ‘지역소멸’에 대한 대안으로 군공항 유치를 한다고 했지만, 영광은 ‘지역파괴’에 모든 리더들과 단체들이 동참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진정한 애향심은 무엇인가? 곧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경보를 올리면 사람들이 놀란다고, 농사를 짓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싫어한다고 경보를 안 울리는 것이 애향심인가? 아니면 비록 지금은 불편하고 다 이해하지 못할지라도 경보를 울려서 사람들을 대피시켜서 생명을 구하는 것이 애향심, 애민인가?
21일 현재 TK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교통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빠르면 3월 안에 통과가 될 것이라 보도되고 있으며, 4월에는 광주 군공항 특별법이 통과될 예정으로 보인다. 그러면 모든 문이 닫힌다. 이토록 중차대한 일에 아무도 나서지 않는 영광. 100년 동안의 소음공해 쓰나미를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방관하며 외면하는 소위 지도층과 목소리가 큰 사람들에게 3년 후에 슬피 울며 이를 가는 일이 있지 않을까 싶다.
우린 영광을 살리기 위해 궂은 일을 하는 ‘진짜 일꾼’이 필요한 것이지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가짜 일꾼’이 필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울러 본지는 이 문제의 절박함을 인식하고 추가로 취재하며 군민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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