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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 하얀색 교회

  • 안선미
  • 19-12-11 16:25
  • 조회수 804

목장 저수지 옆에 있는 버드나무 아래 갈라진 두 번째 틈에서 이 편지를 적고 있어요.

아래에선 개구리 한 마리가 개굴개굴 울고 있고, 제 머리 위론 귀뚜라미 한 마리가 노래 부르고 있고요, 바람이 산들산들 나무줄기들을 위 아래로 흔들어주고 있어요.

한 시간은 여기 있은 것 같은데요.

포근한 장소에요. 더욱이 푹신한 소파 쿠션 두 개를 가져다 등을 받쳐 놓았더니 더 푹신하지 뭐예요.

펜과 종이를 꺼내 불멸의 단편소설을 하나 써보려 했는데 음, 여주인공이 끔찍한 경험을 하는 것까진 풀었는데 그래서 그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머릿속에서 그만 꼬이고 말았지 뭐예요.ㅜ_ㅜ

그래서 막 줄거리를 고쳤고 그냥 아저씨께 편지를 쓰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나름 안심은 안되는 게, 왜냐면 아저씨 또한 제 마음대로 요리를 할 수 있는 소설 속 캐릭터(인물)가 아니기 때문이죠. 

뉴욕생활이 끔찍하신가요, 그럼 제가 이곳의 사랑스럽게 살랑살랑 산들바람 부는 화창한 풍경을 좀 전해드릴 수 있는데.ㅋㅋ

1주일 전에 비가 왔는데요, 그래서인지 여긴 거의 천국이에요.

천국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제가 작년 여름에 이곳 얘기를 전해드리며 편지로 말씀드린 ‘켈로그’ 씨 기억나세요?… 귀퉁이에 있는 작고 하얀색 교회의 목사님 말이에요.

아 그 가련한 영혼께서 돌아가셨지 뭐예요… 지난 겨울에 폐렴으로 돌아가셨대요.

그 분이 설교를 맛깔스럽게 하시는 걸 6번은 족히 들은 거 같은데 그래서 그 분의 신학이론에 나름 꽤 친근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www.wooricasinoda.com

그 분은 이 세상에 그 시작이 있었으니 또한 끝도 있을 거라 믿으셨거든요.

지난 47년 동안을 변치 않고 오로지 그 한 가지 생각을 주변 분들에게 펼쳐오신 분 같았거든요. 

하프를 타시며 황금 왕관 얘기를 즐겨 하시는 모습이 참 좋았는데.

그런 건 어디서 그렇게 잘도 찾으셨는지 몰라요!

그래서 그 분이 돌아가시고 새로 너무 활동적이신 젊은 목사님이 부임해오셨어요.

이 분은 젊으신데 너무 활동적이라...-_- 설교가 어째 미덥지가 못해요, 에구. 그 바람에 커밍스(사람이름) 집사님 주도로 교회 내에 파벌 아닌 파벌도 생겼어요.

이러다 이 조그마한 교회가 갈라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에요.

젊은 목사님이 너무 앞서 나가시는 걸 이곳 이웃 분들이 좋게 생각하치 않은 결과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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