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차 광화문 촛불제 기념사진.(왼쪽부터 장세일 영광군의원, 윤점희 여성국장, 이개호 의원, 손옥희 영광군의원, 필자,심기동 군의회부의장) |
국격이 무너져도 이렇게 처참히 무너질 수 있는가. 민의를 받드는 위치에 있는 사람으로서 심한 자괴감에 시달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를 보면서 한숨과 분통을 터뜨리면서도 토요일마다 계속되는 촛불 집회를 보면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희망을 보았다. ‘이게 나라냐’는 생각은 점차 ‘이게 대한민국이다’는 자랑스러운 생각으로 바뀌었다. 무능하고 타락한 대통령과 간신들의 분탕질로 나라가 혼돈에 빠졌어도 조국 대한민국은 결코 이대로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제 5차 촛불제가 열리는 26일 담양·장성·영광·함평 지역위원회 당직자들도 광화문 집회에 참석키로 했다. 100만 명이 넘는 군중 속에 몇 십 명 더하는 것이지만 큰 의미가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여는 ‘역사의 현장’에 우리가, 내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인가! 얼마나 후세에게 떳떳한 일인가!
26일 아침. 날씨가 궂다. 광화문에 많이 모이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이 앞선다. 7시 40분 영광읍 만남의 광장에서 출발했다. 장세일·심기동·손옥희 의원, 정홍철·하기억·정혜숙·김진하 씨 등 당직자들이 함께 했다. 함평에서 박래옥 수석부위원장, 정정이·임용수 도의원과 박종범 전 연락소장, 세분의 고문님들께서 영광으로 오셨다. 장성에서 김재완 군의회의장 윤시석 도의원, 김상복 연락소장, 김미순 여성협의회장 등 9명이 동행했다. 담양의 이정옥 군의회 부의장, 김연오·하석봉·박은석씨 등 10명도 장성에서 합류했다.
추운 날 일찍부터 서둘러서인지 많은 분들이 짬에 떨어졌다. 11시 30분 죽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 12시 30분 서울로 향했다. 서울이 가까워지자 긴장도 되고 흥분도 된다. 2시 30분 서울 시청 부근 에 도착했다. 도보로 청계광장을 향했다. 3시쯤 도착한 청계광장에는 도로를 사이에 두고 민주당과 국민의 당의 전국 주요 당직자 수천 명이 모여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다. 스피커의 방향이 서로 달라 방해는 되지 않았다.
눈발이 내리는 가운데 하야를 요구하는 깃발과 피켓 등이 사람 수 만큼이나 많다. 그 열기는 눈발 날리는 추운 날씨를 무색케 했다. 이 나라가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서로에게 믿음을 주었다. 위안을 주고받았다. 이개호 의원이 4시 30분 쯤 도착했다. 늦었다고, 미안하고 허리를 굽신거리며 한 사람 한 사람과 악수를 나눴다. 여기 저기서 사진을 찍어댔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한 것이다. 또한 거기에 자기가, 동지가 있었다는 자랑스런(?) 증거 증거품 성격이 강한 기념사진이다.
우리는 과거와 같은 ‘시위’를 하지 않았다. 이날 광화문을 다녀간 인파는 무려 150만 명이라고 한다. 150만 명은 시위를 문화 행사로 승화 시켰다.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을 보았다. 온 길을 되돌아가는 버스는 5시에 출발 했다. 9시 30분경 장성에서 담양·장성 동지들이 내렸다. 헤어지며 맞잡은 손에는 저마다 힘이 들어 있었다. “오늘을 잊지 말자.” “대한민국은 무너지지 않는다.” 무언의 대화가 오갔다.
10시 영광에 도착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온 국민이 한 목소리로 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낀 하루였다. 오늘 하루 몇 번이나 울컥댄 “대한민국 만세!”를 집 앞에서 조용히 외쳤다.
최은영(영광군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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