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으로 향하던 하균이 우뚝, 발길을 멈췄다.

태어났을 때부터 후계자였던 하성과 그는 엄연히 그 위치가 달랐다.

하균에게는 그런 형이 늘 빛나보였고, 후계자에 걸맞은 자격을 갖추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을 뿐. 처음부터 후계자자리 따위엔 관심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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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늘 그룹은 형인 하성이 물려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오면서 그것을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스무 살이 되자마자 지긋지긋한 한국을 떠나 줄곧 영국에서 지냈다.

그리고 칠 년 만이었다.

하성의 생일 전 날, 놀라게 해 줄 생각으로 찾았던 한국.

그 날, 세상에서 둘도 없던 형이 혼수상태에 빠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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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현.'

그 여자 때문이었다.

도로에 뛰어든 그 여자를 구하려다, 형이 대신...

그는 차갑게 입술을 말아 올렸다.

"그래서 다시 영국으로 돌아가길 바라십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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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윤 회장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당장 하성의 빈자리를 채워야 할 사람이 필요했고, 그 자리에 하균을 앉힌 그녀였다.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기대 이상이었다.

회사를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일했던 하성의 능력보다, 그를 대신해 회사를 맡게 된 하균의 능력이.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하균은 그 차가운 머릿속을 종잡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늘 모든 것이 제멋대로인 녀석이었다.

윤 회장은 그런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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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 싫으시면."

하균은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하루빨리 형이 깨어나길 기도하시죠. 저 또한 가장 바라는 게 그거니까."

대한대학교 앞, 커피해븐.

"주문하신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 나왔습니다."

수현은 트레이 위에 커피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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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장사가 무척 잘되는 카페라 그런지, 의외로 다른 곳들보다 시급이 괜찮았다.

수현은 카페 한쪽 창가에 앉아 수다를 떠는 여대생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학교 다닐 때가 좋았지.'

대한대학교.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들어간 학교였다.

나름 꿈도 꾸고, 즐거운 대학 생활을 했었는데.

졸업 후 어떻게든 직장을 구해 보려 이곳저곳 이력서를 넣어보았지만 역시나 취업은 어려웠다.

남들 다 목멘다는 스펙이란 것을 쌓으려 해 봐도, 당장 돈이 급하다 보니 이렇게 아르바이트 연속인 삶을 숨 가쁘게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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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요. 카페라떼 하나 주세요."

더 이상 생각에 잠길 시간도 없이, 손님이 왔다.

수현은 미소 지으며 늘 되풀이하는 질문을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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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뭐 다른 거 필요하신 건 없으세요?"